Dr. Kurt Anton Hueber

추 천 사

 

  현재 한국의 음악대학에서 작곡과 이론을 가르치는 김명환 교수는 제가 1980년부터 1993년까지 빈 국립음대에서 가르쳤던 종의 스펙트럼구조에 대한 강의를 이수했습니다. 음악이론과 작곡분야에서의 이 새로운 음공간은 이 이론가요 작곡가에게 화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는 것을 가능케 했습니다. 김 교수는 종소리화성의 아이디어에 얼마나 매료되었는지, 그는 저의 연구내용을 자신의 창작활동의 근간으로 삼는 한편, 이를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그가 이번에 종소리화성에 관한 그동안의 모든 연구 이론과 작품 등을 집대성한 책을 한국어로 내고자 합니다.

  저는 김 교수의 이 새로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하는 한편, 모든 오스트리아의 학문과 음악에 관여하는 재단, 기금과 한국의 오스트리아 대사관에 김 교수가 이 책을 출판하는데 재정적인 도움을 주도록 부탁하는 바입니다. 이 일은 빈 국립음대의 영향이 동남아시아에 까지 미치는 것을 기록하는 것이며 오스트리아와 한국 간의 문화교류에도 귀하게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Dr. Kurt Anton Hueber

작곡가. 1980-1993년 사이에 빈 국립음대의 음향학 강사로 있었음

(후에버 교수의 사진과 추천서 원본)

 

 


머릿말

                Februar 2004

޺

  빈 국립음대에서의, 특히 종소리화성의 분야를 포함한 광범위한 학업과 그 이후 수년간의 집중적인 연구 활동의 결과로, 김명환 교수는 이 새롭고 흥미로운 학문에 대한 그의 경이로움을 책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그는 빈에서 그의 스승이었던 쿠어트 안톤 후에버 교수와 그의 종소리화성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고 이를 연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종소리화성은 화성이라는 개념의 지속적인 발전이며 실제적이고도 음악이론적인 면에 있어서 새롭고도 흥미로운 관점을 열어줍니다. 우리는 김 교수님의 이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 활동이 음악전문가에게 뿐 아니라 한국의 보다 많은 청중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램이며, 이로써 오스트리아와 한국의 문화교류가 한층 더 활발해지기 원합니다.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은 김 교수님의 이 프로젝트를 지원했으며, 종소리화성에 대한 가르침과 적용가능성을 널리 알리는 그의 장래의 활동에 행운을 빕니다.


헬뭇 뵉 박사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


Due to his extensive studies at the Hochschule für Musik und Darstellende Kunst (University for Music and Performing Arts) in Vienna, especially in the field of bell harmony, and after many years of research, Prof. M. W. Kim decided to transform his fascination with the subject into a substantial book in this very novel and interesting domain.  He has been influenced in his efforts by his former professor Dr. Kurt Anton Hueber and his theory of bell harmony, a new and further development of the concept of harmony, opening up new perspectives for practical and theoretical uses of the concept of harmony.  We sincerely hope that Prof. Kims extensive research in this field will be received with interest by the music experts and a wider audience in Korea and give further impulses to the cultural exchange between Austria and Korea.

The Austrian Embassy in Seoul has supported Prof. Kims project and we wish him all the best in his future activities to disseminate knowledge and applications of bell harmony.



Dr. Helmut Boeck

Austrian Ambassador

 

이 책의 특징

1) 세계 최초로 종소리의 화성의 신비를 컴퓨터로 계산해서 발표한 오스트리아의 후에버 교수의 음향학 이론이 실려있습니다.

2) 그의 제자 김명환이 그의 종소리화성 이론을 더욱 발전시켜 체계화한 이론이 실려있습니다.

3) 이미 출판되었거나 아직 출판되지 않은 김명환의 종소리화성 체계로 만든 작품의 악보들이 분석을 위해 실려있습니다.
12개의 거룩한 종소리(김수련 위촉/ 전곡/ 피아노악보 가격15,000원)
종소리 마그니피캇(고중원 위촉/ 일부/ 피아노악보 가격 15,000원)
The Sound of the Bells(콘트랄토 한형경 헌정/ 미출판/ 10,000원 예정)

4) 그외에 후에버 교수와 김명환 교수가 주고 받은 글 모음 등 귀중한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아울러 종소리화성으로 작곡된 김명환의 작품 CD가 포함되어있습니다. (10,000원 상당)
1) 세계 최초로 종소리화성으로 작곡되어지고 빈에서 발표된 김명환의 피아노협주곡 Concerto alla campana

2) 국악기와 피아노를 위한 "Amazing Grace"(국립국악원 위촉작품)
3) 12개의 거룩한 종소리 (김수련 위촉작품)
(Total: about 80 min.)

* 이 책은 오스트리아 정부의 후원으로 출판되었습니다.
(가격: 국내 20,000원 / 해외 25.00 U$ / 명동 대한음악사(776-0577)에서 구입 가능 / 혹은 email로 주문)
 

목 차


제1장   서론   9


제2장   작곡가 K. A. Hueber의 작품에 대하여  (K. A. Hueber / Theophil Antonicek)   15

        

제3장   에크멜릭적 화성학 (K. A. Hueber)   28

      

제4장  유사화성적 부분음열, 그들의 에크멜릭적 음정구조 (K. A. Hueber)  39

       

제5장  피아노종소리화음 (K. A. Hueber / 김명환)  56


제6장  종소리화성적 음악 (김명환)  71


제7장  종소리화성의 국악적 사용 (김명환)  106


제8장  12개의 거룩한 종소리 (김명환)  120


제9장  보다 큰 악기편성의 종소리화성 (김명환)  160


제10장  종소리화성과 성경 (김명환)  186
  (콘트랄토와 피아노를 위한 “The sound of the Bells”를 중심으로)

 

작품분석을 위한 부록


1) 12개의 거룩한 종소리 (전곡)   12 Heilige Glockenklänge for pianoMusic Analysis (in English) / Werkanalyse auf deutsch  

2) 종소리 마그니피캇 中   Magnificat alla campana for piano /  Music Analysis (in English) 

3) 오르간환상곡 “예수께로 가면”中   Fantasie für Orgel “If I go to Jesus”

4) 콘트랄토와 피아노를 위한 모노드라마 “종소리”(전곡)   “The Sound of The Bells”for contralto and piano

5) 그 밖의 자료들  / Hueber 교수와 주고받은 글들 / 종소리화성에 관한 단상(斷想)들(partly in German)

 

제 1 장  서 론


  작곡가라면 누구나 새로운 음악을 동경한다. 그리고 제한적이나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보다 절대적인 의미에서의 작곡가라면 이에서 나아가 새로운 울림, 또는 새로운 음향세계를 추구한다.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이 그 증거이며 베를리오즈의 레퀴엠이나, 바그너의 악극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나아가 펜데르츠키의 “누가수난곡” 역시 이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수많은 천재적인 작곡가들이 때로는 대중을 등지고 고독한 길을 간다.

  서양음악은 새로운 것에 대해 끊임없이 갈증을 느끼는 어떤 유기체인 양 변해왔다. 음악사에서 1322년은 작곡가 필립 드 비트리(P. d. Vitry)의 ‘새 예술’(Ars nova)이라는 제목의 논문의 출판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약 150년 후에 요하네스 팅토리스(J. Tinctoris)의 ‘새 예술’에 관한 논문1)으로 1430년 이전까지의 예술들이 옛 예술로 전락하고 만다. 바흐의 시대에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망이 더 커져 그가 살아있었음에도 그의 음악은 옛 음악으로 배척을 받는 정도였다.


  때로 조성적인 환경에서도 특정한 음정관계를 주제적으로 발전시키는 무조적인 작업을 해오던 나에게 어느 날 큰 충격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어떤 음악회를 통해서도 아니었고 어떤 악보를 통해서도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음향학 강의를 통해서였다. 당시 빈 국립음대에서 음향학(Akustik) 강의를 맡았던 Kurt Anton Hueber2) 교수는 작곡가이면서도 종소리의 울림을 연구하는 음향학자였다. 그는 잘쯔부르크의 모차르트 음악원에서 피아노, 첼로, 지휘, 작곡을 배웠고 비인 대학에서 다시금 음악학과 라틴어를 전공하였다. 그는 68년 오스트리아 TV 방송국 위촉으로 '흰 바탕에 검은 색'이라는 오페라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많은 노력을 음향학적 현상의 연구에 기울인다. 그는 1972년에 ‘Nachbildung des Glockenklanges mit Hilfe von Röhrenglocken und Klavierklängen’(파이프 종과 피아노울림을 사용한 종소리의 재현)이라는 논문을 발표했고 75년에는 ‘삼화음에 대한 새로운 물리적 유도’라는 논문을 역시 발표한다. 그는 이어서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그의 곡에 적용시킨다. 이미 69년에 그는 ‘피아노와 파이프 종을 위한 종의 스펙트럼’을 작곡했고 70년에는 ‘피아노, 비브라폰, 파이프 종, 심벌즈와 탐탐을 위한 Spectrales’를, 72년에는 역시 이와 비슷한 악기편성의 ‘Iris’를, 그리고  74년에는 이 화음을 현악오케스트라에 적용, ‘Formant spectrale’3)를 작곡한다.

  Hueber 교수가 자신이 물리학적으로 연구한 종소리 화성을 열정적으로 강의하면서 피아노로 직접 몇 가지의 종소리 화성을 연주할 때 울려퍼졌던 그 신비로운 울림은 내게 전혀 새로운 음향세계를 열어주었다. 단지 종소리를 모방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이제껏 내가 배웠던 배음현상 위에 기초한 화성법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아니 여러 가지의 배음체계를 피조세계가 갖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 때문이었다. 그것은 짜를리노4) 이후 이제까지 없었던, 아니 아무도 몰랐던 마지막 비밀과도 같은 것이었다.


  때로 이와 같은 울림은 인간의 영혼을 담을 수 있는 예술이라 하기에는 무언가 아직 부족한, 여전히 음향적 시험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Hueber 교수가 자신의 작품에서 종소리를 어떻게 사용했는가 하는 것을 연구하며 이를 보다 발전시키는 작업을 해나가는 동안 종소리화성의 음악적 가치와 그 조성적, 비조성적 가능성은 더욱 확연히 드러났고 나는 이를 통해 무언가 체계적인 기능적 화성법을 만드는 것을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옛날 라모5)는 보통 세 개의 음을 가지고 연구했다. 나는 최소한 6개의 음을 동시에 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고 그런 울림에서는 보통의 귀로는 한 두음이 바뀌어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하나님께서 숨겨놓으신 원석을 발견하고 이를 갈고 닦아 아름다운 보석을 만드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나는 나름대로의 체계를 세우게 되었고 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나는 Hueber 교수와도 여러 번 대화를 했고 같이 피아노에 앉아 음향적인 실험도 했다. 독자들은 이런 음향학적인 작업이 신앙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게는 이 일은 어느새 사명과도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이 일이 잘만 된다면 나는 정말 진정한 의미의 ‘새 노래’로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누가 아는가, 혹시 하나님께서 마지막 때에 이와 같은 새 노래, 아니 새 울림으로 찬양받으시려고 이를 감추어두셨는지를...?! 그리고는 종소리 화성의 체계적 사용의 결과로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Concerto alla campana(종소리에 의한 콘체르토) für Klavier solo/ 피아노 독주/ 1990

‘Concerto für Streichquartett’/ 현악사중주/ 1990

Passacaglia für Geige, Kl. in B und Klavier/ 바이올린, 클라리넷, 피아노/ 1991

Divertimento alla campana für Bläseroktett/ 목관팔중주/ 1991

비인의 Trio clarin 위촉작품 Trio alla campana(종소리에 의한 삼중주)/ 3 클라리넷(Es, B, Bassethorn)/ 1991

Psalm 22 (12 Szenen) 시편 22편 (12 장면)/ ?


  현악사중주는 4개의 악기로 종소리를 나누어서 내는 것을 시도해 본 것인데 이듬해에 Austro Mechana(오스트리아 저작권 협회)주최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 기념 현악사중주 콩쿨에 입선한다. 그리고 세 악기를 위한 파싸칼리아(베이스음형이 반복되는 가운데 진행되는 변주곡 형식)는 교내 연주회에서도 발표되었고 헝가리 리스트음악원과의 교환연주 때, 우리 학교측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선발되어 리스트음악원 학생들의 훌륭한 연주로 재연되는 한편, 이를 연주했던 교내 클라리넷 주자에 의해 나는 또 다른 클라리넷 앙상블 곡의 위촉을 받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나는 점점 종소리화성과 친해졌고 종소리도 점점 부드러워졌다. 나는 익살스런 종소리, 낭만적인 종소리, 기능화성적인 종소리, 밝은 표정의 종소리, 나누어진 종소리, 차츰차츰 만들어지는 종소리, 차츰 차츰 해산되는 종소리, 한 개에서 두, 세 개로 발전하는 종소리, 비정상적으로 음폭이 큰 종소리, 배음열이 거꾸로 된 종소리 등 여러 표정의 종소리를 만들어갔으며 이들은 다시금 어떤 생명체와 같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피아노 독주를 위한 곡에서는 종지부분에 바흐의 코랄 ‘그 상하신 머리’(O Haupt voll Blut und Wunden)의 선율을 종소리 화성으로 옷 입히는 시도도 해보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꾸준한 작업은 마침내 나의 유학 시절을 마무리하는 성격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종소리풍의 피아노협주곡’(Concerto alla campana)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이 곡은 내가 빈시(市) 문화부(Kulturministerium der Stadt Wien)가 그 해(1992년)의 우수작곡가들에게 주는 ‘장려상’ (Arbeitsstipendium für Musik)을 받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종소리 화성을 생각하면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이 떠오른다. 내가 이 화성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989년경인데, 유학 가기 전인 1984년 내 작품 가운데 어린이합창단을 위한 ‘종소리’라는 곡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종소리를 좋아했던 것이 사실이고 이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지만 그런 곡을 썼던 것을 생각하면, 비인에서의 종소리 화성과의 만남은 어쩌면 운명적(신앙적인 의미에서)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독특한 울림은 그 후로 거의 매번 내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국, 양악기 혼합 편성으로 쓴 부활절교성예악 ‘할렐루야 살판났네’에서도, 나의 몇몇 성가 중에서도, 국, 양악 앙상블을 위한 국립국악원 위촉작품 ‘놀라운 은혜’ 가운데서도,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찬송가피아노교본의 마지막 2곡에서도, Atlanta에서 초연된 오르간환상곡 ‘If I go to Jesus’에서도 이 울림은 여러 얼굴로, 때로는 뒷모습(?)으로 나타난다.6)

  무엇보다도 집중적으로 종소리 화성으로 작업한 곡은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거룩한 종소리”(김수련 위촉작품, 1999년)와 역시 피아노를 위한 “종소리 마그니피캇”(고중원 위촉작품, 2000~2001년)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비중을 두어 다루게 될 이 두 곡은 각각 12곡씩의 모음곡인데, 피아노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소리 화성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종합적인 보고서와도 같은 성격의 곡이다. 여기서 종소리 화성의 가능성이란 단지 그 울림 자체만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조성음악과의 연계성, 그리고 무조음악과의 어울림의 가능성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귀국 후 나는 몇몇 학교에서 음악이론, 작곡기법, 또는 작곡세미나 시간에 이 새로운 울림에 대해 강의했고 곧 이를 사용하여 곡을 쓰는 학생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적으로 이 화성만을 가르칠 시간은 아직 없었기에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었으나 마침 방학도 되었고 또 학생들의 바램도 있고 해서 그동안 배웠던 가르침과 모았던 자료들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책을 구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작은 책을 통해서, 짜를리노와 라모를 거쳐 발전되어 온 “화성학”이 보다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며, 때로 단지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지는 전통화성학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넓어지기를, 나아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의 화성을 깊이 감사하는 축복이 있기를 바라며 서론을 대신한다.


                                                                                                                               2001년 7월 4일  일산에서


                                                                                                                              교회음악 작곡가    김 명 환

 

 

* 378-380쪽 독어 번역
종소리화성, 전통화성의 상위형식인가, 혹은 그 해방인가?

종합적 성격의 글 (김명환)

협의의 화성은 아직도 구원받을 수 있는가? 현대의 예술가적 자의식으로 가득찬 작곡가가 화성적으로 쓰거나 또 감히 그렇게 하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전통화성은 실제로 쇈베르크적 의미에서 고갈되었는가, 실제로 아도르노적 의미에서 어울리지도 않고 낡아서 오늘날 소위 진정음악의 정상적인 음재료로 사용할 수 없는가? 전통음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12음체계가 특히 전자음악에 의해 점진적으로 와해됨으로 고통을 당하는 듯 보여지는 이 시대에 조성적인, 혹은 기능적인 화성의 사용이 아직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물론 여전히 그들에게, 설사 전통적 개념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통화성, 또는 조성의 개념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그러한 작곡가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게 있어서 조성적 기능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것은 조성의 사용방법에 있어서 분명 가장 위대한 것이요, 어쩌면 가장 큰 가능성일 것입니다. 우리가 화성학, 조성적 구도와 형식 등이 서로 맞물려 있는 그런 분야를 깊이 연구할 때 얻는 것은 정말 굉장한 것입니다.

내 소나타의 2악장의 변주곡 주제가 실제로 거의 삼화음만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하나의 극단적인 입장이요 일종의 항의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내가 이 곡을 쓰던 1969년엔 울림삼화음은 하나의 금기로 여겨졌었는데 사실 이것은 작곡가들에게는 최악의 것이지요.저는 그 금기를 완전히 부수고 삼화음에 대한 나의 사랑에 무엇으로도 방해받지 않고 봉사하기 원했지요.

이제 우리가 종소리화성과 그 속에 내재하는 질서를 정확히 관찰하고 전통화성과 비교한다면, 우리는 종소리화성이 전통화성의 상위개념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종소리화성이 근본적으로 여섯 음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로 인해서 부분음들 사이에 다양한 음정이 존재하여 보통화성보다 매우 복잡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곳에서도 거의 체험할 수 없는 울림의 투명함과 빛남을 선사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종소리화성, 혹은 좋은 종의 울림의 수준은 음악적으로 볼 때 매우 높아서 우리는 울림 그 자체를 독립적인 예술작품으로 보며 즐길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가 드뷔시에 이르러 비로소 울림 자체를 예술적 오브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종소리는 나이와 국적을 초월하여 거의 모든 인류에게 수천년 전부터 고상한 예술적 체험을 가능케 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내재하는 질서와 그 보기 드문 음체험의 원인은 대략 20세기 중반까지도 거의 완전히 베일에 싸여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아마도 그래서 종소리를 들을 때면 내게 설명할 수 없는 울림의 향수라는 표현이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후에버 박사의 업적의 근본적인 중요성은 단지 그가 음악사적으로 최초로 그토록 복잡한 종소리화성의 질서를 연구하고 매우 자세히 계산해서 드디어 그 울림의 신비를 설명했고 또 널리 알렸다는 사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보다도 그 연구로 인하여 화성의 개념이 거의 상상할 수 없는 경계까지 확장되었다는데 있다. 게다가 종소리화성에는 전통화성의 근본적인 질서가 거의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화성의 개념이 종소리화성으로 말미암아 보완되어 마침내 궁극적인 완성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종소리화성처럼 복잡한 음정으로 이루어진 음복합체가 상당히 단순한 친인류적인 울림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전통화성적 질서가 내재된, 그리하여 전통화성의 상위형식으로 이해되어지는 보다 더 복잡한 화성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추론하도록 한다.그리하여 화성의 개념은 후에버의 종소리화성으로 인하여 장래에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작곡가들에게는 더 높은 질서의 화성 중 가장 단순한 것이 어쩌면 매력적인 시작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고체의 기계학이나 어쩌면 건축학까지도 점점 더 음악이론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는 이 때에, 더 높은 질서의 화성에 대한 이론 또한 음색이론과 잡음의 유형학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양음악사에 있어서 몇 번의 근본적인 전환점이 있는데 예를 들어 선법에서 조성으로 변화하는 16, 17세기 중간이라든가 조성음악에서 무조음악으로 변화하는 19, 20세기 중간이 그것이다.

그리하여 다성부 음악에서는 선법에 내재하던 온음음계가 독립적인 존재와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다는 추측을 하게 되며, 바로 이와 같은 때, 즉 온음음계가 선법에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 선법 옆에 함께 등장할 때, 이와 같은 온음음계의 해방이야말로 선법에서 장단조 조성으로 가는 전환점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화성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할 바로 그 시점이라고 우리가 생각한다면, 종소리화성을 전래화성의 해방의 대단히 중요한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요 또 그렇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004-3-17/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가지로 격려해주시고 오스트리아 정부가 후원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헬뭇 뵠 오스트리아 대사님을 오늘 찾아 뵙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을 전해드렸습니다.)


(2004-2-4/ 어쩌면 이 메일을 받기 위해 지난 3년을, 아니 십여년을 기다렸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만드는 일은 오스트리아 정부의 도움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을 처음으로 찾은 때가 약 3년 전... 오늘에야 비로소 오스트리아 정부의 지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10월경... 2년 여를 기다린 끝에 드디어 만날 수 있었던 오스트리아 대사 Helmut Boeck 박사님은 그러나 내가 만나기를 그토록 기다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중간에서 무언가 잘못되어서 2년여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었습니다... 위의 내용은 대강 "오스트리아 정부(교육-과학-문화부)는 귀하의 종소리화성에 관한 책을 펴내는 일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며 지원금액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에 까맣게 처리했습니다. 이제 책이 잘 나오도록, 또 교회음악의 발전을 위해서 귀하게 쓰여지도록 기도 부탁 드립니다.)
(2003년 12월 중순 경... 헬뭇 뵉 오스트리아 대사님께서는 사진 찍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 하십니다. 이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으로서 당연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와 몇 번이나 만났고 또 일단 제 작업을 인정하신 다음에는 홈페이지에 올릴 사진을 찍는 것을 쾌히 승락하셨습니다. 오스트리아 대사님은 꽤 키가 크십니다. 아니면 제가 작은 것인지... 대사님은 참으로 솔직하시고 따뜻한 인격이 느껴져 언제나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토록 바쁜 가운데서도 그동안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내어주신 대사님께 심심한 감사를 전합니다! Noch einmal, Herzlichen Dank!)

 (객석, 2004년 4월호)

(피아노음악, 2004년 4월호)